LG화학이 배터리 소재 부문을 키우기 위해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달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핵심사업 투자를 위해 일부 자산 정리가 불가피함을 언급한 바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진단, 필러, 백신 등 비주력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터리 소재 사업인 첨단소재 부문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언급되는 매각 건만 해도 2~4건에 이른다. ▲전북 익산의 양극재 공장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부 ▲미용필러 사업부 ▲백신 사업부 등이다. 이 중 전북 익산의 양극재 공장은 뉴파워프라즈마에 600억원에 매각이 유력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뉴파워프라즈마는 풍문이 돈 2달여 만에 제의를 받아 검토했으나,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해당공장 매각 의사가 분명한 만큼 향후 또다른 원매자 물색이 예상된다.

현재 구체적으로 매각 윤곽이 나온 것은 바이오 쪽이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1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이달 말 인수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미용필러 사업부와 백신 사업부 등은 유망하지만 LG화학 내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이다. LG화학에서 판매 의사만 확실하게 밝힌다면 관련업계에서 인수자가 여럿 나올 것으로 분석한다.

LG화학 여수 NCC(에틸렌 생산설비) 매각설은 2분기 뜨거운 감자였다. 석유화학사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를 위해 적자 상태인 일부 NCC 매각에 나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시기는 다르지만 일부 NCC 매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회사도 지난달 27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자산 매각 관련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다만 석유화학 사업은 당사 중요 캐시카우(현금 창출) 사업으로 향후 직속 사업 구조 고도화와 효율화로 경쟁력 강화하며 운영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NCC 사업 일부 정리로 해석된다. 지난달에는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교환대상은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 369만5000주(발행 주식 총수의 1.57%)로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LG화학은 조단위 투자금을 손에 쥐었지만 자산유동화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이처럼 LG화학이 자산유동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신사업 투자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5월 ‘코리아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콘퍼런스’에서 3대 신성장 동력(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매출 비중을 현재 21%에서 2030년까지 57%까지 끌어올려 연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첨단소재 사업 즉,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9조원을 더한 수치다.

특히 양극재 생산능력을 4배로 늘려 잡은 부분이 눈에 띈다. LG화학은 2023년 기준 양극재 총 생산능력이 연산 12만톤이다. 이를 5년 뒤인 2028년까지 4배 증가한 47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대 매출은 2021년 대비 12배 이상인 21조원 수준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에 납품받는 물량만 LG화학이 담당해도 연간 수조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문제는 사업비다. 양극재 생산공장을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 건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업비 압박이 높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비용이 늘어나 현지 투자 기업에는 불리하다.

LG화학은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을 국내외로 늘려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경북 구미(6만톤, 증설 중) ▲충북 청주(4만톤) ▲전북 익산(5000톤) ▲중국 우시(4만5000톤) ▲미국 테네시(12만톤, 건설 중) ▲유럽‧인도네시아(추진 중) 등이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 관계자는 “3대 신성장동력 성장 위해 향후 3년간 상당 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이 석유화학 사업 불황으로 상당부분 축소됐다”며 “영업 창출 현금을 투자 재원으로 우선하나 성장성이 둔화한 비핵심자산을 자산 합리화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스켐닷컴(202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