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폐플라스틱’을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추진에 힘쓰며 플라스틱 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가 추산한 지난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454억달러(약 60조원)로,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638억달러(약 8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구축한다. 총 21만5000㎡ 부지에 건설되는 울산 ARC에는 1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울산ARC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통해 복합재질 플라스틱, 오염된 소재, 유색 페트(PET)병 등 기존 재활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도 원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완공 시점은 2025년 말이다. 2026년부터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완공 시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2050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며 폐플라스틱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총 31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연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오는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앞서 지난 8월 삼화페인트와 폐플라스틱 기반 화학적 재활용 원료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 지난해 9월에는 토양에서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공장을 세우기 위해 미국 곡물 기업인 ADM과 손을 잡았다. 2025년까지 연간 7만5000톤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실생활에서 버려지는 페트로 바닥재 원료인 친환경 가소제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LG화학에서 개발한 친환경 가소제는 기존 제품 생산대비 탄소 발생량이 대폭 감소하는 제품이다.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페트 사업에 주력 중이다. 회사는 현재 울산 2공장에 약 1000억원을 들여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페트 전용 해중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2025년까지 전남 여수공장에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친환경 제품 생산에 나선다. 대한블루에너지울산으로부터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생산한 열분해유를 공급받게 된다. 이후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화학 공장에서 원유와 함께 처리해 친환경 납사,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강화되며 친환경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3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활용 소재 사용 의무를 현재 15%에서 2030년 30%로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사용하도록 법제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팔라 국내외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수익 창출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씨스켐닷컴(202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