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2023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5년부터 총사업비 4조8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대형 투자로 조선 불황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진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전망이다. 에쓰오일(대표 오스만 알 감디진)이 22일 연간 150만 톤 규모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온산공단에 있는 매립지 약 40만㎡를 현대중공업에서 매입했다. 기존 온산공장 정제설비에서 생산된 원료인 나프타를 근거리에서 공급받아 화학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이 2차 프로젝트를 완공하면 단숨에 국내 4위권 화학사로 올라선다.

화학사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는 게 나프타분해공장(NCC)에서 나온 에틸렌 생산량인데 LG화학 220만t, 롯데케미칼 210만t, 여천NCC 195만t에 이어 네 번째다. 에쓰오일의 2단계 프로젝트는 단일 NCC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올해 하반기 2015년부터 총사업비 4조8000억원을 들인 잔사유고도화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와 올레핀하류시설(Olefin Downstream Complex)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이 가동하면 연간 영업이익 8000억원을 모두 새로운 시설투자에 쏟아붓는 셈이다.

에쓰오일이 건설하는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과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온산공장 위치가 원료 조달과 원가 경쟁력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지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증대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는 잔사유고도화설비·올레핀하류시설 프로젝트 이후 회사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경쟁력 제고,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 등을 통해 회사의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연달아 단행함으로써 아로마틱·올레핀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과 함께 나온 나프타를 화학사에 공급하고 화학사는 이 나프타를 NCC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에 따라 NCC 사업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여천NCC 등 화학사들 영역이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그간 국제 유가와 환율에 따라 시황 변동이 큰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학 사업 진출을 타진해 왔다. 최근 들어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NCC 사업을 해왔고, 올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NCC 진출을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2단계 프로젝트 건설 과정 중 연인원 270만명의 고용효과, 상시고용 400명 등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조선 사업 등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 건설업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간 일평균 현장 인원만 7500명에 이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대규모 단일 설비를 갖춤으로써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증대 등을 통해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에쓰오일의 총자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017년 22위에서 19위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로 인해 에쓰오일의 업계 자산 순위는 2020년 이후 15위권 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프로젝트 완공 이후 셰일오일, 전기자동차 등으로 인한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더 잘 대응하고 가장 경쟁력 있고 존경받는 종합에너지화학 기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25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씨스켐닷컴(2018-08-23)